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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당선소감] 김인현 - 수필 '가을의 공기'

2020-01-15 17: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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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경제신문이 주최하고 글로리서울안과가 후원한 '2020 제1회 글로리 시니어 신춘문예 시상식'이 15일 오전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 화이트헤론홀에서 열렸다. 수필 부문 당선자인 김인현 작가(우측)가 시상자인 글로리서울안과 구오섭 대표원장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정병휘 기자] ● 당선소감

매번 글을 쓰지만 어김없이 미완성이라는 것을 느껴왔다. 문학에 대한 학식이 전혀 없는 문외한으로서 글을 쓰는 까닭이요, 문법에 대한 학식마저도 전혀 없이 글을 쓰는 까닭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정상적인 학업을 이루지 못했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에 활화산처럼 터져버린 학업에의 반항은 나를 기어코 인적 없는 겨울 들길을 헤매게 만들었고, 나는 거기서 결코 돌아오지 못했다.

자연 속에서의 끝없는 방황과 방랑이 이어졌다. 나는 현대사회의 미아가 되었다. 그런 속에 내가 꿈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자연의 풀 한포기 꺾어 흔들며 미친 오펠리아처럼 사방을 헤매는 것이 내 삶의 전부였다. 그런 중에 글을 손에 잡은 것은 숙명의 발로이면서도 내 처절한 방황의 변명을 획책한 일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문학과 문법에 문외한이었던 내가 할 일은 그냥 이런 저런 시집과 수필집을 뒤적이며 무작정 따라 써보는 일밖에 없었다.

완성 작품이 나올 수가 없었다. 그렇게 40년을 흘러왔지만, 돌아보면 고쳐야 하는 여전히 미숙한 글이 내 글이다. 그런데 김경식 수필가님께서 선뜻 진열대에 올려주셨다. 나는 문득 호롱불을 생각했다. 미약할지라도 방안을 빛내는, 미약할지라도 온기가 있는, 미약할지라도 나방을 불러들이는 생기가 있는 호롱불……. 그 호롱불이 켜져 오롯이 빛날 수 있는 일이 참, 기쁘게 여겨졌다. 정말 호롱불이고 싶다. 안정된 빛으로 저 밖의 수많은 나그네 길을 향해 퍼져가는, 정말 호롱불이고 싶다.

● 글을 쓰게 된 동기와 시기

별다른 지각이 없었던 어린 시절부터 유독 글짓기에 재능을 보였던 것을 보아서는 애당초 내게는 문학에 대한 선천적 소양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도 모를 심상의 변화로 2학년 교과서를 채 펼치지도 않은 채 문학과 연계할 수 있는 모든 학식의 연이 끊어지고 말았다.

방황과 방랑으로 목적 없이 잃어가는 시간들이 점점 외롭고 두려운 고통의 속박이 되었다. 20대 중반, 그를 벗어날 궁리를 할 때 문득 시어들이 나타났다. 숙명의 재능이 있었던 문학적 소양이 생명력 질긴 잡초처럼 솟아났던 것이다. 그렇게 외진 방랑길에서 한동안 생각나는 대로 시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처 없는 방랑길은 점점 심해지는 갈증을 주었다. 내 속엔 마구 터트리고 싶은 비명들이 채워졌고, 그 비명들은 돌돌 말아 삼켜야하는 어휘로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냥 주정뱅이의 주사처럼 끊임없이 마구 주절대며 터트리고 싶은 폭죽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보다 널따란 공터가 필요했다. 그 공터는 수필이었고, 30대 초반에 찾았다.

● 본인 작품에 영향을 준 작가 또는 작품은?

문학의 학식을 지니지 못했던 까닭에 나는 한동안 이런저런 시집이나 수필집을 보며 닥치는 대로 흉내를 내는 글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서서히 나의 성향과 생활입지, 철학관 등에 부합되는 작품들을 아울러 내 자신의 문체를 만들어 왔다.

내게 도움을 주었던 작가와 작품들로 릴케 <고독>, 노신의 <눈>, 하이덱거의 <들길을 거닐며>, 해즐리트의 <여행길>, 스티븐슨의 <도보여행>, 밀른의 <아카시아길>, 이효석 <낙엽을 태우며> 등이 있다.

● 본인의 작품 세계는 어떤 것이며,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 지

인간사 사회로부터의 도피와 자유……. 청년기부터 가진 이 행태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이었지만, 그러나 휘저어 잡히지 않는 허공이었다. 그 현실은 나만의 주지적 삶터를 구축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나는 끊임없이 외진 길을 걸어 외진 곳을 찾아 고독한 나만의 주지적 성을 구축했다. 그리고 높다란 망루에 앉아 세상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나는 고요히 지켜보는 평화로움인 ‘관조의 미’를 발견했다. 관조의 미는 부딪쳐도 흐트러지지 않는 사색과 무신경하면서도 이해하고 배려하는 성찰의 길을 열었다. 이 길은 정말 한없이 아늑해지고 차분해지는 길이다. 영원히 걷고 싶은.

● 이번 시니어 신춘문예로 등단작가가 되었는데, 향후 활동 계획은?

먼저 나의 문체를 더욱 정립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리고 경수필적이며, 가정사의 이야기장으로 편중되어버린 우리나라 수필문단의 흐름을 삼라만상의 묘미가 아우러지는 중수필적이고 심미적인 광야로 돌려놓는 실천을 하고 싶다. 또한 그러한 수필집 발간의 꿈을 청할 것이다.

● 가족과 지인에게 하고픈 말은?

홀로 자연에 머문 삶, 모두들 멀어진 삶……. 행여 내 글을 접하면, 마음이 아늑케 되고 온순케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제 사라져 버린 삶, 자식의 방황과 방랑이 무슨 뜻인지 조차도 모른 채 슬픈 눈망울만 지녔던 부모님의 삶……. 하늘을 우러러 그 삶에 영원히 눈물 흘릴 것이라고 전하고 싶다.

정병휘 기자 news@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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