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경제신문

검색

칼럼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해외 봉사는 '제2의 한류'

2019-08-07 13:52:19

center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어렵게 블록을 만들 수 있게 됐으니 쌓는 일 만큼은 우리가 합시다.”

지난 7월 말 필자가 방문했던 아프리카 동남부, 말라위의 한 시골 초등학교에서 나온 얘기다. 주민 대표의 설명은 이러했다. 아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정부에 교사를 더 지어 달라 했으나 돌아오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다. 모자라는 부분만큼 주민들이 힘을 보태면 배정된 예산으로 블록을 더 많이 찍어낼 수 있고, 결과적으로 교사(校舍)를 더 많이 세울 수 있다는 얘기다.

주민 참여로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넓혀 주자는 제안은 즉석에서 채택됐다. 주민 대표는 만족한 표정으로 말했다. “학교 자체를 모르는 지역이었는데 ‘아이들과 미래 재단’이 이곳에 온 이래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며 행복해 했다.

한국의 공익법인인 ‘아이들과 미래 재단’이 만든 변화는 더 있었다. 현지에서 만난 교장 선생님은 요즈음 출석률이 매우 높아졌다며 좋아했다. 그가 꼽은 비결은 FC(Football Club) 말라위. ‘아이들과 미래 재단’은 2012년 이곳, 살리마(Salima) 지역에서 어린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10개의 축구팀을 창단했다.

이들은 수업이 끝나면 오후에 축구 시합을 한다. 물론 맨발이고 남녀학생 구별 없는 혼성팀이다. 그런데 수업을 들어야만 축구공을 찰 수 있다. 그러니 공부를 하지 않으면 축구를 할 수 없다. 축구를 통해 아이들은 경쟁도 배우고 팀워크도 깨우친다. 축구가 끝나면 길게 줄을 선다. 질서를 배운다. 그리고 손을 씻는다. 위생 관념이 생긴다. 식사를 한다. 그래봐야 우유와 빵, 바나나 하나가 전부다. 그런데 식사를 하기 전에 반드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한다. 필자가 간 날도 그랬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질서 있고 깨끗한 마을, 서로 돕고 감사하는 생활을 통해 공동체가 형성됐다. 약육강식의 정글 같았던 마을이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로 탈바꿈했다. ‘아이들과 미래 재단’이 기획한 FC 말라위는 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를 주민들에게 선물했다.

아이들이 축구공을 차는 오후 시간에는 머더스 클럽(Mother’s Club)이 움직인다. 학교에 한 대뿐인 재봉틀 주위로 어머니들이 모여 생리대를 만든다. 생리대가 있어야 여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고 축구를 할 수 있다. 어머니들은 또 나이 어린 미혼모들을 학교에 불러 그들의 어려움을 들어주고 어린 아이들을 돌봐준다. 미혼모들에게 저주와도 같았던 아이들이 보물로 바뀐다. 엄마도 아이도 웃게 됐다. 이것이 머더스 클럽이 만들어 낸 변화다.

너와 나로 나뉘는 게 아니라 학교라는 울타리를 중심으로 선생님, 부모님, 아이들이 모두 하나가 됐다. ‘아이들과 미래 재단’은 현재 살리마현에서 FC 말라위와 ‘렛츠고 투 스쿨(Let’s go to school)‘ 사업을 하고 있다. 살리마현의 인구는 25만 명, 이 중 FC 말라위에는 10개 팀이 조직돼 리그전을 치르고 있다. 6세에서 14세까지의 아이들 2500명이 회원이다.

’렛츠고 투 스쿨‘은 6개 초등학교에서 약 1만2000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코이카(KOICA)와 공동으로 기획한 이 사업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유니세프, 세계식량기구(WFP)까지 가세했다. 거기에 현지의 공익법인인 우자마(Ujama Pamodze)도 자원봉사로 참여해 미혼모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center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가 지난 7월 아프리카 말라위의 한 시골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뒤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한국가이드스타 제공


1950년대 가난한 시골에서 자랐던 필자는 1980년대 중반 동남아의 한 지방을 갔다가 영락없는 30년 전의 시골 풍경을 봤다. 그 곳이 지금은 환골탈태했다. 그로부터 30년 후인 2019년 말라위에서 60년 전의 어린 시절을 봤다. 그러나 한국의 조그만 공익법인이 만들어 낸 변화를 보면서 희망을 가졌다.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서 하나가 된 공동체를 봤다. 못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잘 사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이것이 한류다.

번쩍이는 조명, 화려한 군무. 이런 한류가 있는가 하면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세상을 바꿔가는 또 다른 한류가 있다. 한국에서 파견된 세 명의 젊은이, 그들이 씨를 뿌린 30년 후의 말라위, 그 열매를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린다.

글로벌경제신문 경영자문위원/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리스트바로가기

오늘의 주요기사

글로벌뉴스

글로벌포토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