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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칼럼]현대차 무파업타결과 노조 리더십

2019-09-09 17: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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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정말 바뀐 것인가. 올해 현대차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무분규로 타결되면서 갖는 궁금증이다.

매년 연례행사 처럼 파업을 벌여온 노조가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합의한 것은 8년 만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경제보복 등 대외 악재에 시달려온 한국경제에 오랜만에 내린 단비 같은 소식이다.

현대차 파업은 해마다 치러 지는 통과의례였다. 노조는 협상때만 되면 회사측과 강경 대치를 일삼으며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었다. 올해도 협상안에 대해 노사간 이견을 보이자 노조는 84.1%의 찬성으로 파업을 결의, 회사측을 긴장시켰다.

회사가 노조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파업으로 맞서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이 때문에 현대차 노조가 정말 뼛속까지 바뀌었는지에 대해선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현대차 노조는 올해 노사협상에서 △기본급 12만3526원(5.8%‧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 상여금 통상임금에 포함 등과 함께 △당기순이익의 30% 성과급으로 지급 △ 정년 64세로 연장 등 다소 황당한 내용들도 담아 현대차 노조의 제밥그릇 챙기기가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게 사실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된 이후 지난해 까지 31년 동안 4차례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벌였다. 그동안 누적 파업일수는 451일이고,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액이 2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투쟁을 통해 내 밥그릇을 챙기는 전투적 실리주의(militant unionism) 노동운동을 펼친 결과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이 주요인

이랬던 현대차 노조가 무파업으로 협상을 마무리 지었다고 해서 온갖 비난을 한방에 날려 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파업 타결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 자동차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이다.

한국은 한때 자동차 생산 세계 5위까지 올랐으나 지난해 멕시코에도 밀리면서 7위로 떨어졌다. 여기에다 인공지능과 함께 자율주행차 수소전기차의 출현으로 미래자동차 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 최고 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기존 생산체제와 인력에 대해 강력한 메스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 역시 내 밥그릇 챙기기만을 고집할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노조는 자동차산업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껴 파업을 접고 상생의 무파업 타결을 선택했다고 볼수 있다. 회사와 함께 ‘상생협력을 통한 자동차 산업 발전 공동선언문’을 채택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파업타결에는 하부영 노조위원장의 리더십도 큰 역할을 했다. 현대차노조는 제 몫만 챙기고 파업중독증에 걸린 ‘귀족노조’라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하위원장은 대기업-중소기업,정규직-비정규직,유노조-무조노간 임금격차 해소에 관심을 가졌다.

현대차 임금보다 협력업체 임금을 많이 올리는 ‘하후상박 연대임금’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하도급 거래질서를 확립해 원청 근로자와 하청근로자간 임금격차를 줄이자는 주장을 줄곧 해왔다.

별다른 효과를 보지는 못했지만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내몫만 챙기는 집단이기주의 노동운동을 한다는 비판을 누그러 뜨리는데 어느정도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이번 협상에서 탄력적인 자세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협력업체 근로자 임금을 감안한 연대임금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노사 양측의 양보협상도 조기타결에 큰 원동력이 됐다. 회사 측은 지난해 경영실적이 나빴음에도 적지않은 성과급을 지급함으로써 노조의 불만을 사전에 잠재웠다.

노동운동 리더십이 무파업에 큰 영향

노조 역시 정년퇴직자 자녀 우선채용 같은 불합리한 조항을 없애는데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러한 노사의 성숙한 자세는 임금체계 개편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노사는 두 달에 한 번씩 지급해온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키로 해 현대차를 괴롭혔던 노조의 통상임금 소송과 최저임금 위반 문제를 해소시켰다.

하지만 이번 무파업타결이 현대차 노사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로 연결시키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다.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통해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56.4%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결코 높지 않은 찬성률이다.

그 이전에 파업결의를 통해 회사에 압박카드도 썼다. 그만큼 조합원들은 아직도 내몫 챙기기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운동이 성숙해졌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현대차 노사의 무파업타결은 노사상생을 위한 첫 걸음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무파업 타결이 1년, 2년 쌓이면 그것이 관행으로 굳어지게 된다. 8년만에 이뤄진 현대차 노사의 무파업 타결이 한국 노사관계는 물론 노동운동에도 커다란 전환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제학박사/윤기설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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