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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예술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9) 에르미타시 박물관(3)

2019-09-19 11: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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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1812년 전쟁갤러리(197호실)’ 바로 옆은 ‘게오르기 홀(St George Hall)’이다. 이 홀(198호실)은 러시아 로마노프 황실의 공식 행사가 열리고 있어 ‘대옥좌관’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같으면 경복궁 근정전 같은 곳이다.

게오르기 홀은 예카테리나 여제에 의해 1787년부터 1795년까지 만들어졌다. 그런데 1837년에 화재로 불타버렸다. 이러자 니콜라이 1세(재위 1825년-1855년)는 홀을 완전히 흰 대리석으로 꾸미라고 지시했다. 그리하여 이탈리아에서 수입된 백색 대리석과 16종류의 나무를 사용하여 1841년에 다시 만들어졌다.

먼저 차르의 옥좌부터 보았다. 옥좌는 진홍색 바탕인데 등에는 쌍두 독수리가 새겨져 있다. 의자걸이도 황금 칠한 독수리 모양이다. 옥좌 뒤는 적색 바탕이다. 여기에도 커다란 쌍두 독수리와 왕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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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르의 옥좌. 사진=김세곤


쌍두 독수리는 비잔티움 제국(동로마 제국)과 연관이 있다. 동쪽과 서쪽을 바라보는 형상의 독수리는 제국의 주권과 동·서양을 초월한 비잔티움 제국의 지배를 상징한다.

그런데 서로마 제국 멸망이후 1000년 정도 유지된 비잔티움 제국이 1453년에 오스만 튀르크에게 멸망하자 모스크바 대공국은 동로마 제국과 동방정교회의 계승자로 자처했다. 1472년에 모스크바 대공 이반 3세는 동로마제국 마지막 황제 콘스탄티노스 11세의 조카 소피아와 결혼했다. 이어서 그는 동로마 제국의 문장인 쌍두독수리를 모스크바 대공국 문장으로 삼았고, 스스로 차르(황제)라 칭했다.

한편 옥좌 바로 위의 하얀 벽에는 ‘말을 타고 긴 창으로 용을 찔러 죽이는 성 게오르기’ 부조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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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을 찔러 죽이는 성 게오르기' 부조. 사진=김세곤


2000년 12월 20일에 공식 제정된 러시아 국가 문장은 그 원형이 러시아 제국 문장이다. 국장에는 빨간색 방패 안에 세 개의 금색 왕관을 쓴 두 개의 머리를 가진 금색 독수리가 그려져 있으며 왼쪽 발톱에는 금색 홀을, 오른쪽 발톱에는 금색 구를 잡고 있다. 가운데에 그려져 있는 빨간색 작은 방패 안에는 백말을 탄 성 게오르기가 창으로 용을 찔러 죽이는 형상이 그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의 문장도 ‘용을 물리치는 성 게오르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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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가 문장. 사진=김세곤


‘성 게오르기’는 영어로는 ‘성 조지(St. George)’이다. 필자는 1997년에 영국에서 유학 할 때 ‘용을 찔러 죽이는 성 조지’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성 조지는 잉글랜드의 수호성인이다. 흰 바탕에 빨간 십자가가 그려진 잉글랜드 국기는 성 조지의 깃발이다.

유럽에서 널리 알려진 기담집 '황금 전설'(The Golden Legend)에는 초기 기독교의 순교성인인 성 조지가 악룡(惡龍)을 무찌르고, 이교도들을 기독교인으로 개종시켰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아프리카 리비아의 한 호수에는 포악한 용이 살고 있었는데 매일 두 마리의 양을 먹어치웠다. 그런데 양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처녀들이 제물이 되었다. 처녀들도 모두 죽자 외동딸 공주까지도 용의 먹이가 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즈음에 성 조지가 이곳을 지나게 되었다. 성 조지는 호수로 가는 공주의 행렬의 앞에 서서 악룡과 싸웠다. 용은 독을 뿜어내며 성 조지를 죽이려 했지만, 그는 긴 창으로 용의 입속을 찔러 용을 제압했다. 이후 성 조지는 공주의 허리띠로 용을 묶어 개 끌듯 수도로 데리고 왔다. 용을 무찌른 성 조지는 개종하겠다던 약속을 지키라고 말했다. 이에 이교를 믿던 리비아인들은 모두 기독교인으로 개종했다 한다.

그런데 성 조지는 잉글랜드 말고도 독일과 스페인 카탈루냐, 러시아 등 유럽 여러 지역에서 수호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여담이지만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도 ‘용을 찔러 죽인 성 조지’ 조각상을 본 적이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용은 동양에서는 상서로움, 제왕(帝王)의 권력을 상징하고, 임금의 옷이 곤룡포인데 반하여, 서양에서는 사악함과 이교도(異敎徒)의 상징이다. 이것이 동서 문화의 차이인가?

이어서 게오르기 홀을 자세히 들러보면서 사진을 연거푸 찍었다. 벽의 문양들은 담백하면서도 위엄이 있다. 흰색 바탕의 간결함 속에 황금으로 도금된 인테리어, 현란한 샹들리에도 러시아 황실의 웅장함을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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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의 문양. 사진=김세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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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들리에와 천장. 사진=김세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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