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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예술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10) 에르미타시 박물관(4)

2019-09-26 10: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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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게오르기 홀(198호실)을 지나서 가는 곳은 파빌리온 홀(204호실)이다.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정원이 딸린 이 홀은 1850~1858년에 만들어졌다. 엔틱과 르네상스, 동방 양식이 조화를 이루도록 꾸며졌고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하얀 대리석과 모자이크 그리고 금장식이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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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공작시계. 사진=김세곤


이 중에서 가장 유명하고 특별한 물건은 황금 공작시계이다. 이 시계는 1770년 영국 런던의 제임스 콕스사가 제작한 것으로 태엽을 감으면 부엉이가 먼저 잠에서 깨고, 종이 울리면 가운데 공작새가 꼬리를 활짝 펴고 한 바퀴 돌면서 자태를 뽐내고 이어서 닭이 운다.

지금도 황금공작시계는 시계는 매주 수요일 오후 1시에 작동한단다. 아쉽게도 시계가 작동하는 것은 못 보았지만 황금 공작시계를 본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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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비리온 홀의 관람객들이 황금 공작시계를 보고 있다. 사진=김세곤

파빌리온 홀에서 네바 강을 바라보면서 통로를 걸으니 레오나르도 다빈치 방(214호 실)이 나온다. 이곳엔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를 비롯한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르네상스 최고의 천재인 다빈치 그림을 감상한다니 설렌다.

사진 3 레오나르도 다빈치 방, 앞쪽 그림이 ‘베노아의 성모’이다.

먼저 ‘베노아(Benois)의 성모’부터 보았다. 그림은 49.6×31.5㎝로 매우 작다. ‘베노아의 성모’는 1914년에 러시아 건축가 레온티 베노아(Leonty Benois)로부터 구입한 것이라서 그리 이름 붙여졌는데, ‘꽃을 쥐고 있는 성모’로도 알려져 있다.

이 그림은 다빈치가 1478년 피렌체에서 그린 초기작인데 캔버스에 유화로 그렸다. 1452년에 토스카나 지방의 작은 마을 빈치에서 공증인 세르 피에르 다빈치의 사생아로 태어난 다빈치는 1469년에 베로키오의 문하생으로 피렌체로 갔는데 1475년에는 독자적으로 공방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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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노아의 성모. 사진=김세곤


베노아의 성모 그림은 어둠침침하다. 창문도 하나뿐이고 휑하다. 성모와 아기 예수의 머리 위에는 성령을 상징하는 원이 그려져 있다. 성모는 이마가 훤히 드러나고 다갈색 머리카락은 길게 땋아 왼쪽 어깨로 드리웠으며 목에는 주름이 잡혀 있다. 브로치가 있는 성모의 옷은 겉감은 어두운 청색 벨벳이고 안감은 주황색이다.

성모의 무릎에 있는 아기 예수는 머리가 반질반질하고 한 손에 노리개를 쥐고 있다. 그런데 성모와 아기 예수의 시선은 성모가 쥐고 있는 꽃잎이 네 개 달린 꽃에 맞추어져 있다. 이 자그맣고 하얀 꽃은 십자화과에 속한 것으로 십자형 모양과 쓴 맛으로 인해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한다고 한다. 네 개의 꽃잎도 예수가 걸어갈 ‘십자가의 길’을 암시한단다.

다음은 ‘리타의 성모’이다. 이 그림은 1865년에 밀라노의 안토니오 리타 공작으로부터 구입하여 그렇게 이름 붙여졌는데, 다빈치가 1490년경에 밀라노에서 그렸다. 다빈치는 1482년에 밀라노에 간 후에 궁정화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최후의 만찬(1495~1498)도 이 시기에 그렸다.

패널에 템페라로 그린 ‘리타의 성모’는 42×33㎝로 매우 작지만 윤택이 나고 색깔도 화려하다. 템페라 기법은 안료를 달걀노른자와 물에 풀어 그리는 방법인데, 부드럽고 담백한 느낌을 준다. 아울러 섬세한 음영을 사용해 마치 안개에 쌓이듯 윤곽선을 서서히 용해시키는 스푸마토 기법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귀족적 취향으로 우아한 느낌이 물씬 난다.

‘리타의 성모’는 성모 마리아가 두 손으로 아기 예수를 받치고 손수 젖을 먹이는 모습이다. 배경은 어두운데 두 개의 창문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하늘에는 파란 뭉개 그림이 떠 있다. 성모가 입은 속옷은 진홍색이고 겉옷은 파랑 천에 테두리는 금색으로 둘러져 있다. 금발 머리는 잘 빗겨져 있고 머리위에 수건이 늘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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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타의 성모. 사진=김세곤

성모의 시선은 예수를 바라보고 있다. 성모의 눈빛은 예수의 수난을 예감하듯 애절하다. 곱슬머리 아기 예수의 한 손은 성모의 젖무덤에 있고, 다른 한 손은 방울새를 쥐고 있다. 방울새는 앞으로 다가올 수난을 짐작케 한다.

한편 아기 예수의 시선은 관객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시선의 교감을 통해 관객은 그림의 내면으로 이끌려 들어가고 있다.

베노아와 리타의 성모, 두 그림을 보면 다빈치의 피렌체와 밀라노 시대가 대비된다. 밀라노 시대의 아기 예수는 반질머리에서 곱슬머리로 변했고, 성모 마리아는 더 부드러운 모습이다. 원숙해진 다빈치는 탁월한 표현력을 발휘하여 영혼의 표정을 그렸다.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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