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글로벌경제신문

검색

칼럼

[김세곤의 세계문화기행] 예술과 혁명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15) 에르미타시 박물관(9) -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2019-11-04 10:08:48

center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
루벤스 방에서 젊은 여자가 두 손이 묶인 늙은이에게 자신의 젖을 먹이고 있는 그림을 보았다. 제목은 ‘로마인의 자비(Roman Charity)’이고 부제는 ‘시몬(Cimon)과 페로(Pero)’이다. 이 그림은 로마의 사학자 발레리우스 막시무스의 '기억할 만한 공적과 격언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center
로마인의 자비. 사진=김세곤 제공


노인 시몬은 젊은 여자 페로의 아버지다. 시몬은 역모죄로 아사형(餓死刑)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다. 아버지를 면회한 페로는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고 자신의 젖을 물린다. 그러자 간수들은 딸의 효성에 감동하였고, 딸의 효심을 전해들은 로마법정은 시몬을 석방한다. 이렇게 루벤스는 감옥 안에서 자신의 젖을 물리며 굶어 죽어가는 아버지를 살리려는 젊은 여인의 헌신적 사랑을 표현해 냈다.

한편,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에도 루벤스의 ‘로마인의 자비’ 그림이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은 에르미타시 박물관 그림보다 훨씬 선정적이다. 늙은이가 두 젖이 다 나온 젊은 여인의 젖 하나를 애무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래서 외설이라는 비난도 일었는데, 예술과 외설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게 한다.

center
로마인의 자비(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 소장) 사진=김세곤 제공


이윽고 한쪽 벽에서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보았다. 그림은 비극적이지만 엄숙하다. 예수는 머리를 뒤로 하고 새하얀 천에 휘감겨 있는데 손과 발에 박힌 못 자국이 선연하다. 예수의 시신 주변에는 6명이 있다. 남자가 4명, 여자가 2명인데 한 남자는 예수를 손으로 잡고 있는데 얼굴이 안 보인다.

center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사진=김세곤 제공

이들 5명은 요셉과 니고데모, 사도 요한, 그리고 성모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이다. 그림 가운데에 두건을 두르고 있는 이는 요셉이다. 의회 의원인 아리마대 사람 요셉은 빌라도 총독에게 청하여 예수의 시신을 인수받았다. 왼편의 수염을 기른 남자는 니고데모인데 천으로 예수를 감싸고 있다. 그림을 찬찬히 보고 있노라니 니고데모는 눈물을 참고 있는 모습이다. 오른 편에 진홍색 옷을 입은 이는 사도 요한인데, 두 발을 사다리 위 올려놓고 두 손으로 예수의 등을 받치고 있다. 예수가 십자가에서 죽었을 때, 열두 제자 중 그 곁을 지켰던 사람은 요한뿐이었다.

한편, 왼편에 자주색 옷을 입고 예수의 옆구리를 만지고 있는 여인은 성모 마리아이고, 한 발을 꿇고 예수의 두 손을 잡고 있는 분홍 드레스의 여인은 막달라 마리아이다. 그런데 성서를 보면 예수를 십자가에서 내렸을 때 같이 있던 사람은 6명만이 아니었다.

요한복음을 읽어보자.
“예수의 십자가 밑에는 그 어머니와 이모와 글레오파의 아내 마리아와 막달라 여자 마리아가 서있었다.”(요한복음 19장 25-26)

“그 뒤 아리마대 사람 요셉이 빌라도에게 가서 예수님의 시신을 가져가게 해 달라고 청하였다. 그도 예수의 제자였지만 유다인들이 무서워서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빌라도의 허락을 받아 요셉은 가서 예수의 시신을 내렸다. 그리고 언젠가 밤에 예수를 찾아 왔던 니고데모도 침향을 섞은 몰약을 백 근 쯤 가지고 왔다. 이 두 사람은 예수의 시신을 모셔다가 유다인들의 장례 풍속대로 향료를 바르고 고운 베로 감았다.”(요한복음 19장 38-41)

1611년에 안트베르펜 병기제조업자 조합은 루벤스에게 안트베르펜 대성당의 세 폭 제단화(祭壇畵) 제작을 의뢰했다. 신교도들에 의해 파괴된 성화의 복원이었다.

루벤스는 1612년에 중앙 패널에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그렸고, 나머지 좌우 패널 '마리아의 방문'과 '성전에 아기 예수의 봉헌'은 1614년에 완성하였다.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의 초점은 어둠속에서 예수의 시신을 휘감고 있는 하얀 수의이다. 예수 곁에는 남자가 5명 여자가 3명이 있다. 붉은 모자를 쓴 요셉은 흰 천을 잡고 있고, 니고데모는 두 발을 사다리에 올리고 있다. 진홍색 옷을 입은 사도 요한은 한 다리를 사다리에 걸치고 있다. 사다리 꼭대기에는 한 남자가 흰색 천을 이빨로 물고 있고, 웃통을 벗은 남자는 흰 천을 잡고서 예수를 내리고 있다.

한편 청색옷의 성모 마리아는 예수를 만지려고 손을 뻗었고, 살색 블라우스를 입은 막달라 마리아는 두 손으로 예수의 발을 잡고 있다. 그 옆에도 한 여자가 있다. 그런데 성모 마리아가 의연한다. 실신한 마리아를 그린 다른 화가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center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안트베르펜 대성당 소재) 사진=김세곤 제공


여행칼럼니스트/호남역사연구원장
리스트바로가기

오늘의 주요기사

글로벌뉴스

글로벌포토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