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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의 그게 말이지요] "빈자리는 국민이 채워준다"

2019-11-07 08: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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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6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자유우파 대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통합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한국당의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간판을 다는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추진하는 통합은 과거로 돌아가는 통합이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통합이어야 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니까 통합을 위해 ‘박근혜 탄핵’은 괄호 속에 넣어두자는 뜻인 듯하다.

그 전날 김태흠 의원이 ‘자유한국당의 혁신을 위한 고언’이라는 발표문을 낸데 자극 받은 것일까? 김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히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등 3선 이상 선배 의원님들께서는 정치에서 용퇴를 하시든가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 주길 바란다”며 “원외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정면으로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고 나섰다(재선이긴 하지만 자신이 솔선수범하겠다고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자신이 먼저 희생할 줄 알아야

서울의 3선 김용태 의원은 “이제 황 대표가 인적 혁신의 구체적인 수치와 즉각적인 보수통합 착수에 관한 복안을 놓고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물갈이의 경우에도 민주당보다 더 세게 한다는 대답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언론들이 전했다. 김 의원은 ‘김병준 비대위’ 때 조강특위 위원장으로서 이미 자신의 지역구를 내놓은 바 있다.

수도권 4선으로 당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인 신상진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서 물갈이 폭과 관련, “우리 당의 경우 20%는 적다. 역대 총선을 보면 초선 의원들이 대략 40%는 됐다”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공천룰에 입각하면 최대 (물갈이는) 50% 정도까지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어 6일엔 유민봉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지난해 6월에 이미 했던 말인데다 초선의 비례대표라는 점에서 이렇다 할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 같지는 않지만 그가 한 말을 귀담아 들을 만하다. “빈자리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바로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국민들께서 채워주실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옳은 말이다.

앞으로 다선 의원들, 이른바 유력자들의 자기희생적 용퇴나 험지출마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는 더 커질 개연성이 높다. 황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고조될 수밖에 없다. ‘대통합’은 사실 새로운 화두가 아니다. 당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요구되어 온 최대 과제다. 황 대표 역시 공감을 표해온 일이기도 하다.

진실로 우파의 승리 바란다면

그래서 이를 당 혁신 요구에 대한 대안이라며 반사적으로 제시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크게 기대할 바 못될 것 같다. 준비가 거의 돼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 황 대표가 나름의 복안을 갖고 있으면서 당내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를 기다린 끝에 내놓은 방안이라면 약간은 희망적이라 할 만하다(다만 황 대표가 특정 계파에 치우쳐 있다는 의심을 살 일이 없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

굳이 ‘약간’이라고 말하는 것은 당내 유력자‧명망가‧실력자라는 사람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보여서다. 당장 홍준표 자유한국당 전 대표는 황교안 대표 주변 옛 친박 인사들을 ‘십상시’에 비유하며 내년 4월 총선 때 “‘친박’에서 ‘황박’으로 말을 갈아탄 그들의 정치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과거 ‘친박 돌격대’로 불렸던 인사들이, 갑자기 ‘쇄신론자’로 둔갑해 중진 용퇴론을 제기하고 있다는 인식인 듯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게 인식될 소지가 없지는 않지만 그런 식으로 반발‧반박하기 시작하면 어떤 개혁안도 소용이 없어진다. 이런 상태로 총선 준비를 하게 될 경우 당 안에서는 다시 계파간의 이전투구가 재연되게 마련이다. 선거 결과는 지켜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참패다.

진실로 내년 총선을 통해 자유우파가 승리하는 장면을 보고자 한다면 보수정치인을 자처하는 국회의원들과 원외의 유력자들 모두 ‘기득권 포기 대국민 선언’부터 하는 게 순서다. 그런 다음 중립성이 보장되는 개혁단을 구성하고 거기에, 총선을 위한 공천룰 마련과 인적쇄신의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럴 정도의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자유우파 대통합은커녕 당내 계파대립 극복조차 기대할 바 못 된다.

말재간이나 책략으로 저항을 피해가려 할 때가 아니다. 진심과 용기를 가지고 정면으로 부딪쳐갈 때에만 자유우파는 재기할 수 있다는 점을 제발 잊지 마시라.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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