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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의 놀고 쉬고 일하고] 노년의 사회적 책임

2019-11-20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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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우리 주변에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지위를 얻었거나 부를 쌓은 사람들을 미워하고 원망도 한다. 서로의 처지가 비교되니 괜히 밉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제각기 살길을 도모하는 세상에서 남이 잘 산다고 원망은 왜 할까?

그들의 대부분은 불운의 연속으로 나락에 떨어졌다. 경쟁사회에서 번번이 운이 닿지 않은 원인은 성공한 사람들의 행운 때문일 수 있다. 남들이 나의 행운을 가져갔기 때문에 나에게는 불행이 올 수밖에 없다. 행운과 불운은 처음에는 한걸음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백 걸음이나 떨어지게 된다. 이 정도면 못사는 사람이 잘사는 사람을 원망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성공한 노년은 특혜를 받은 경우다

사실 한 개인의 운과 그 운에 따른 혜택의 뒷면에는 다른 사람의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불운한 사람의 희생을 딛고 일어섰으니 성공한 사람은 불운한 그들에게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그것이 왜 빚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력으로만 이긴 것이 아니고 운이 따랐기 때문에 이긴 것 아닌가?

간혹 “살면서 지금까지 나는 누구의 도움도 받은 적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본래 인간의 삶은 개체적이 아니라 공동체적이다. 공동체와 절연된 단독자의 세계 속에 존재할 수 없다. 공동체와의 관계 속에 존재할 따름이다. 그러니 누구의 도움도 없는 삶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

도움을 받고 산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은혜와 덕택으로 사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혜택을 받고 산다는 말 아닌가. 특히 사회적으로 지위를 얻었거나 부를 쌓은 사람들은 특혜를 받은 경우다. 자기가 잘나서 자기 능력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자신에게 큰 운이 따랐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불운을 준 것이다. 다른 사람의 불운과 희생을 딛고 일어섰으니 특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우리 사회는 젊은 시절 한 두 번의 시험으로 일류니 이류니 하는 등급이 매겨진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 시험이 평생을 좌우한다. 대기업 시험이나 고시 한번 붙으면 그것으로 평생을 잘 지내고 은퇴하고서도 그 후광으로 이런저런 일을 한다. 몇 점 차이로 합격하는가. 대개 많지 않은 점수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다. 더구나 커트라인 근처에는 많은 응시자가 몰려 있다. 합격과 불합격의 차이가 엄청난 실력의 차이가 아니다. 그러니 이런 운으로 얻은 것이 특혜가 아니고 무엇일까.

나도 특혜를 받은 사람 중의 하나다. 스무 살 갓 넘었을 때 호구지책으로 공무원 시험을 쳤는데 딱 커트라인 점수로 턱걸이 합격을 했다. 그 덕에 몇 년의 공직 경험과 함께 공공기관에서 정년 가깝게 직장생활을 잘했다. 직장의 시작이 운이었듯이 마지막에도 큰 운이 한 번 더 찾아왔다. 퇴직한 그 해 00호 사건 때문에 ‘관피아’의 폐해가 사회적으로 이슈화 되면서 고위공직자들의 산하기관 진출이 일시적으로 막혔다. 그 덕에 내부출신 첫 CEO가 되어 퇴직한 직장으로 컴백하게 된 것이다. 이런 나의 행운으로 다른 여러 사람이 불운을 겪었을 것이다. 결국 나는 그들에게 신세를 졌다.

혜택을 갚는 방법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권리에 의무가 따르듯이 혜택은 책임을 수반한다. 혜택만 챙기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면 질타를 받게 된다. 혜택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혜택을 받은 사람은 그 만큼 돌려주는 것이 도리이고 책임이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신세진 것을 가려서 갚기는 어렵다. 그러니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빚을 갚는 방법이다. 굳이 혜택에 따른 책임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심성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것이 있다. 이웃의 아픔을 자기의 아픔으로 느끼고 긍휼히 여기는 성품이다.

젊었을 때는 이웃을 살피기보다는 자기 삶을 챙기기에 정신이 없다. 그렇지만 노년에는 달라져야 하고 또 그럴 여유도 생긴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그럴듯한 명예를 자랑하지만 그것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노년의 마음이 고목 같고 식은 재와 같으면 곧 적막에 빠지고 말 것이다. 어진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까지 구석구석 전해진다.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성공한 노년의 사회적 책임은 개인과 사회를 밝게 한다.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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