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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의 놀고 쉬고 일하고] 노년의 마음에 겨울은 없다

2019-11-27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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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인간은 아무리 나이 들어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봄날의 햇살, 여름의 질풍노도, 가을의 원숙미와 풍성함이 항상 자리 잡고 있다. 노년의 마음에 겨울은 없다.”는 말이 있다. 과연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청춘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른들로부터 ‘마음은 이팔청춘’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저 ‘이팔청춘이고 싶은 바람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단다. 그런데 노년의 비극은 겉으로는 늙었어도 마음은 여전히 젊다는 데 있다는 사람이 많다. 젊어서나 늙어서나 변치 않는 내 마음이 문제라는 거다. 몸 따라 마음도 같이 늙어간다면 순응하고 체념하며 살겠는데 마음이 그렇지 못하여 사고를 친단다. 과연 그럴까?

순응과 체념은 노년을 위축 시킨다

“그냥 하루하루 사는 거지, 기쁠 일이 뭐가 있어? 다 젊었을 때 얘기지 지금은 화날 일 없어!” 나이 들면 이렇게 순응하고 체념하는데 익숙해진다. 하지만 자연스레 마음과 행동이 순응과 체념으로 바뀌기보다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 같다. 상황이 마음을 따라주지 않으니 그 상황에 순응하게 되고 그러다가 마지막에 체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화날 일 없다 하면서도 속으로는 화가 더 치밀기도 한다.

그런데 노년의 ‘순응과 체념’은 바람직한 것인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모두 있을 것 같다. “빡빡 악쓰고 대들어봐야 몸에 좋을 리 없어. 그냥 주어지는 데로 살면 되는 거야.”라면서 순응하고 체념하는 것이 신체나 정신의 건강에 좋다는 사람이 많다. 그런 면도 있겠으나 나는 이 말에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노년기가 짧다면 몰라도 무진장 길어진 요즘 시대에 계속 존재감 없이 죽어지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순응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체념은 인간의 모든 의욕을 상실시킨다. 순응은 하더라도 체념은 말아야 할 것 같다.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언젠가 할 수 없는 것이 많아지는 나이를 맞이하게 된다. 나는 현직에서 은퇴하기 직전에 '은퇴 후에도 나는 더 일하고 싶다'는 책을 발간했고, ‘일하는 은퇴’를 외치고 다녔다. 미리 준비하면 은퇴 후에도 의미 있는 바쁜 삶을 살 수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막상 퇴직하고 나서보니 가는 곳마다 절벽이다.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대부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렇지만 아직은 ‘순응이나 체념’의 단계는 아니다. 오히려 분노가 살짝 일어나면서 오기도 생긴다. 그래서 이제부터 현직의 후광은 벗어던지고 바닥에서 새롭게 출발하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변화주도자가 되어 변화를 이끌어 가면 어떨까

지금 이시대의 노년들, 그들은 한 때 경제부흥의 주역이었지만 이제는 사회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 일하고 싶어도 노인을 위한 일자리는 별로 없다. 사회는 뒤처진 그들을 챙겨가기보다 뒷방에 두고 보호하려 한다. 고령화로 인한 비용부담 증가를 거론하면서 노인을 사회적 부담으로 여긴다. 누구 덕에 이만큼 살게 되었는지 손톱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 노년이 살기 팍팍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늙어 갈수록 삶을 통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예전이야 나이가 계급이었지 지금 세대는 그런 거 모르는 세상이다. 일단 상식에 벗어나거나 좀 우기면 바로 ‘꼰대’라는 게 요즘이다. 나이 먹어도 존경 받을 수 있게 행동해야지 안하무인인 늙은이들은 가차 없다. 노인이 곧 권리가 아닌 세상이다. “늙어서 미안하다. 너희들은 절대 늙지 마라. 나도 내가 이렇게 늙을 줄 몰랐다.”라고 누군가 젊은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마음이 저리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순응과 체념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인생의 현자(賢者), 그들은 젊은이들보다 깊이 있는 지혜와 판단력을 가지고 있다. 비록 인공지능기술 및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등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노인의 연륜과 지혜가 빛이 바래져 가고 있지만 다시 노년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순응과 체념은 노년을 위축시킨다. 오히려 변화주도자가 되어 변화를 이끌어 가면 어떨까? 노년의 ‘기회’에 초점을 맞추자.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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