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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행복한경영 이야기] '선한 영향력' 기부가 빛을 발하려면

2019-11-15 10: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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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제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습니다.”라는 발표를 뉴스를 통해 종종 들을 수 있다. 사회적인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기부를 약속하여 자신의 선의를 각인시키려는 주요 고위층들의 행동 패턴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장관 취임 전 이런 발표를 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약속이 지켜진 선례가 있나 생각해보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원인이야 어쨌든 사회 환원을 약속한 고위층들의 꿀 바른 말은 기부의 진정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그러나 반대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최근 원로배우 신영균 씨가 남은 재산은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전에도 명보극장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 등 500억원 규모의 사유재산을 한국영화 발전에 써달라며 쾌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기부한 재산을 토대로 2011년 신영균 영화예술재단을 출범하여 9년째 영화인 자녀 장학금 지급, 단편영화 제작 지원 등 문화예술 발전과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몇 해 전 모교인 서울대에도 100억 원 상당의 대지를 발전기금으로 기부하였다. 평생 영화배우로 살아온 그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어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다.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기업인들과 고위층, 부자들이 늘고 있지만 기부하는 방법을 몰라서 세금폭탄을 맞는 사례가 종종 들린다. 선의로 기부금 42억 원을 해외 명문대학에 지원한 김구 선생의 둘째 아들인 김신 선생은 최근 국세청으로부터 상속세 9억 원과 증여세 18억 원을 납부하라는 충격적인 고지를 받았다.

김신 선생은 백범김구선생기념관사업회 회장을 지내면서 미국의 하버드대학, 브라운대학, 터프츠대학, 대만의 타이완대학 등 세계적인 대학에 42여억 원을 기부했다. 기부금은 대한민국의 항일 투쟁 역사를 알리기 위해 인재들을 지원하고 한국학 강좌를 개설하는 데 사용되었다. 하지만 국세청은 김신 선생이 공익법인을 거치지 않고, 직접 기부하여 세금 감면을 받았다고 추정하여 세금을 부과했다.

공익목적의 기부와 증여세 문제는 과거에 또 있었다. 수원교차로 대표 황필상 박사는 아주장학재단(현 구원장학재단)에 180억 원 상당의 주식을 기부하여 아주대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 및 연구비 지원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국세청으로부터 140억 원의 세금 폭탄을 피할 수 없었다. 사유는 공익재단에 특정 회사 주식을 5% 넘게 기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독일의 국세기본법 '형편면제처분' 법리를 적용하여 최종적으로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형평면제처분'이란 합법적인 조세법률의 적용으로 인한 과세처분이 위헌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 그 처분을 면제. 입법 당시 알 수 없었던 조세법 체계상의 공백을 과세관청이 법적용 단계에서부터 고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들의 신뢰를 형성하고 잘못된 제도를 조기에 수정할 수 있도록 선순환적 기능을 하는 제도로 평가되고 있음.

현재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서 5%를 초과하는 주식을 공익법인에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한 것은 이를 이용한 부의 편법 증여나 상속을 막기 위한 것이다. 공익법인을 이용해 기업을 간접적으로 지배하면서 상속증여세만 면제받는 사례가 종종 있어 이를 막기 위해 60여 년 전에 도입한 제도다. 하지만 제도를 숙지하지 못한 선의의 기부자들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자신이 떠안고 있다.

김신 선생과 황필상 전 대표도 공익법인 설립과 기부에 관한 제도를 잘 알려줄 누군가가 있었다면 이러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익법인에 대한 규제 대부분이 1960~70년대에 만들어졌다. 1980년대 이후 주식 기부를 제한하는 상증세법이 강화된 것도 그 당시 대기업과 총수 일가가 기업계열 공익법인에 주식을 몰아줘 기업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뜻으로 사회에 기부한 기부자들의 숭고한 뜻이 빛을 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기부자들은 기부 관련 제도와 환경을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모든 기부에는 원칙적으로 증여세가 부과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국내 소재하는 공익법인(법정 및 지정기부금단체)에 기부하는 경우 증여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주식을 기부하는 경우 국내 소재 공익법인이라 해도 특수 관계 여부에 따라 증여세를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기부금단체 종사자는 기부금을 받을 때 기부자에게 기부 절차와 방법을 정확히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 세무 관련 법률 조언이 필요한 경우 세무전문가를 소개해 주는 등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도 기부금단체 종사자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에 앞장서야 한다.

음식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는 2017년 약속한 ‘100억 원 기부 약속’을 지난 4월 실천했다. 배달업 종사자들의 의료비 및 생계비 등을 지원한 김봉진 대표는 기부를 할 때 방법을 몰라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처음엔 취지에 맞게 돈을 사용할 재단을 세울 생각이었지만 설립요건과 절차가 까다롭고 ‘재산을 은닉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들렸다고 한다. 그래서 바로 접었다고. 이어 그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 빌게이츠 같은 기부자가 안 나오는 건 ’세금 폭탄‘ 같은 기부 환경 탓이 더 크다”라며 우리나라 기부 환경과 제도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새로운 부자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4차 산업시대. 앞으로 탄생할 부자들이 더 쉽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도와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공익 종사자는 기부자에게 기부 길잡이 역할을 마다하지 않아야 하다. 기부자 역시 ‘가슴은 뜨겁게 머리는 냉철하게’ 법의 테두리 안에서 따뜻한 손길을 뻗는 자세가 필요하다.

글로벌경제신문 경영자문위원/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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