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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의 놀고 쉬고 일하고] 부모 부양 헌장

2019-12-04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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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우리는 전통적으로 자녀가 노부모를 돌보는 것은 낳아서 키워준 은공에 대한 보답이고 규범적 차원에서 당연한 의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효' 사상은 상당히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

오히려 “누가 낳아 달라고 했나요. 자식 낳았으면 키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라고 고약하게 대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성장하면서 의지했던 부모에 대한 부채의식은 자기가 자녀를 양육함으로써 상쇄되었다고 당돌하게 생각하는 젊은이도 있을 것 같다.

부모와 자식 간의 단절은 인륜이 아니다

요즘 노년층 중에는 “저들끼리 잘 살면 되지, 경제적 지원이나 일상의 도움 같은 건 필요 없어!”라고 지레 손사래 치는 경우도 있다. 자식이 나이 들어도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바라보면 항상 애처롭다. 하지만 궁핍하고 병들고 외로운 상황이라면 자식 도움을 피하는 게 상책은 아닐 것 같다. 부모와 자식은 암묵적인 탯줄로 연결된 관계 아닌가.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자식이 있지만 노부부 끼리 힘겹게 살거나 홀로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다. 그들은 “원래 그런 거야!”라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본디 그런 게 아닐 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자식에게 얽매여 살기 싫어서 스스로 부양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경우도 있지만, 말년에는 “그때 왜 그랬지?”라고 후회도 한다. 속마음으로는 같이 살고 싶어도 자식들이 원하지 않을 것 같아서 아예 그런 생각을 접은 경우도 많다. 자식을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단념하는 것이 요즘 세태다.

하지만 자식과의 단절은 바람직하지 않고 그것이 인륜도 아니다. 부모는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식은 부모를 진심으로 위로해야 한다. 삶을 버티고 이겨내는 과정에 자식이 있지 않았던가.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 자식을 향한 애틋한 사랑이 힘이 되어 삶을 버티고 이겨 온 경우도 많다. 자식이 비 맞지 않도록 한쪽 어깨를 젖으면서도 자식 쪽으로 우산을 기울였다. 그 만큼 사랑하고 믿어왔던 자식이다.

요즘 어린이집 앞에는 ‘할빠 할마’가 젊은 부모만큼이나 많다. 직장생활에 바쁜 자녀들을 대신해 황혼 육아를 기꺼이 자청하고 나선 노년들이다. ‘애들은 놀면서 커 가는데 어른들은 봐주다 늙는다’는 말이 있듯이 손자 돌보는 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만만치 않다. 그러나 힘이 있을 때 자녀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려고 한다.

굳이 주는 것에 대한 보답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사랑은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다. 더구나 부모 자식 간의 관계는 주고받는 것의 양으로 따질 수도 없다. 오직 부모의 자식에 대한 무한 사랑과 자식의 조건 없는 부모 공경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자식으로부터 부양받는 것을 미안스럽게 생각하거나 불편해 할 일은 아니다.

부모는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식은 부모를 진심으로 위로해야

사람은 관계 안에서 형성되는 존재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도와 편익을 주고받고 연대의식으로 풍성해질 때 비로소 개인이 아니라 사람으로 존재한다. 세대 상조는 인간 삶의 기본이다. 하지만 늙은이들은 늙고 젊은이들은 젊어서 둘이 진실로 이해하는 일은 드물 것 같다. 그래도 지난 시절 자신의 꿈을 줄여 자식의 꿈을 불려준 부모 아닌가. 자식이 커가면서 점점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부양 받지 못하는 부모들. 자식들에게 요구하기 싫어 체념하는 것은 안 된다.

유교의 삼강오륜(三綱五倫)에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규율하는 것으로 부위자강(父爲子綱)과 부자유친(父子有親)이 있다. 자식은 부모에게 도리를 다해야 하고, 부모와 친하게 지내야 한다.

이 시대의 노년들을 위해 '부모 부양 헌장'을 제정하면 어떨까. 어렵고 외로운 노년의 본능적 충동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닌가.

하나; 부모가 건강하지 못할 때 자녀는 부모를 돌봐야 한다.
하나; 자녀는 어려운 부모에게 경제적 도움을 주어야 한다.
하나; 가까이 사는 자녀는 한 달에 한번은 부모를 방문해야 한다.
하나; 먼 곳에 사는 자녀는 자주 안부 전화를 해야 한다.
하나; 자녀는 부모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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