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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의 놀고 쉬고 일하고] 웰 에이징(Well Aging)

2019-12-11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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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식 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사람들은 봄에 꽃놀이 가듯 가을에 단풍놀이도 간다. 봄꽃만 좋은 것이 아니라 가을 단풍도 좋다. 겨울의 나목(裸木)은 잎은 다 떨어져 줄기와 가지만 남지만 기품을 잃지 않고 굳건히 서 있다. 누구나 고운 단풍처럼 그리고 굳건한 겨울나무처럼 나이 들고 싶을 게다.

그런데 현실은 많이 다르다. “그냥 사니깐 살지, 다 그냥 저냥 사는 거야!”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 사는 거, 잘 늙는 거. 그런 거 생각해본 적 없어! 내 복에 뭐 그런 것까지 바랄까. 그냥 마음 비우고 살면 되지”라는 체념 섞인 말을 들을 때도 많다. 이 시대의 노년들, 과연 어떻게 하면 존엄하게 나이들 수 있을까?

건강, 경제, 사회적 관계가 웰 에이징의 중요한 요소

사실상 인간답게 품위를 유지하면서 잘 늙어가기란 만만치 않다. 존엄한 노화, 즉 웰 에이징(well aging)은 신체와 정신의 건강, 경제적인 안정, 사회와 가정의 관계가 모두 원만하게 오랫동안 유지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잘 늙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관한 면담결과를 참고해 보자.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관한 것이 으뜸이다. 아프지 않고 명대로 잘 사는 것, 건강하고 깨끗하게 나이 드는 것, 안 아프고 돌아다닐 수 있는 것, 건강하게 부부가 해로하는 것, 그리고 치매 안 걸리는 것, 맘 편한 것, 근심 없이 낙천적으로 사는 것, 과용 부리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것, 마음이 평화롭고 즐겁게 사는 것을 얘기한다.

경제적 안정도 건강만큼 중요하게 여긴다. 안정적으로 먹고 살만한 것, 남한테 빌리러 가거나 없어서 애쓰지 않는 것, 자식들에게 속 안 석이고 자식에게 잘해 줄 수 있는 것, 남한테 신세지지 않고 조금 도와줄 수 있는 것 등을 얘기한다.

사회와 가정의 관계도 빠지지 않는다. 남한테 피해 안 가게 사는 것, 남한테 미움 안 받고 베풀고 사는 것, 서로 도와가면서 사이좋게 잘 사는 것, 이웃들과 어울려 사는 것, 그리고 부부간에 서로 위로하며 사는 것, 아들 며느리로부터 존경 받고 손자손녀 성실한 것, 가정이 화목하고 무탈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성공적으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은 대개 “그 뭐~ 편안히 먹고 지내니깐 그게 행복한 거라 생각해요. 그저 잘 살았다하고 살아야죠. 남한테 욕먹거나 남 해롭게 안했으니까”라고 무덤덤하게 얘기한다. 실패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노인들은 “나이 들어 무릎 아프고 머리 아프고 경제적으로 없으니까. 만족이라는 거는 한이 없는 거죠. 몰라, 오늘날까지 재미나게 산 일이 없어”라고 체념 섞인 대답을 한다.

여생의 시간에 그 시간만이 지니는 즐거움을 찾자

어떻게 하면 품격 있고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을까? 정년퇴직 후에도 30~40년이나 되는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저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보내서는 안 될 것 같다. 흘러가는 여생의 시간에 그 시간만이 지니는 즐거움을 찾자. 지적인 호기심을 꺼트리지 않고 무언가에 집중해 자신을 맡기는 것도 좋고, 내 덕에 세상이 좀 나아지도록 공동체적인 삶을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노년의 신체적, 정신적 쇠락에 대해서 당연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차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안달해봤자 소용없다며 포기한다. 그러나 몸이 답이다. 뛰고 구르고, 비 오듯 땀도 흘려 보고, 그래야 노년에 힘이 난다.

운동은 마음에도 보약이다. 절주, 금연, 바람직한 습생, 자신의 내면과 진지한 대화, 균형 잡힌 생활습관은 노년을 행복하게 해준다. 조금 낯설게 바라보면 세상은 신기한 일 천지다. 처음 태어나 하늘을 보는 감동으로 새로운 기적과 만나보자. 청춘 못지않게 노년의 삶도 아름답다.

어느 날 텔레비전 프로에 자연치유사를 한다는 예전의 유명 여배우가 출연했다. 젊게 보이려는 것보다는 60대 중반의 나이에 걸맞게 내면의 건강함을 찾는 듯 하는 것이 느껴지는 분위기에 매료됐다. 여성이라면 저렇게 나이 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온화하면서도 엄숙하시고, 위엄이 있으면서도 사납지 않으시며, 공손하면서도 편안하셨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이미지다. 이렇게 품격 있게 나이 들어보면 어떨까?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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