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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의 그게 말이지요] 민주,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포기해야

2019-11-28 07:4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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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준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골간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7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제 본회의에 상정해 표결만 하면 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수용하면그때부터 유연하게 협상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연동형은 불변이다. 다만 지역구 225석 대 비례대표 75석의 비율은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말 그대로 백척간두에 선 처지가 됐다. 황교안 당 대표의 단식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고 만 것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걸고 투쟁 중인데 기어이 부의를 강행하는 건 ‘금수만도 못한 야만의 정치’라며 민주당 등을 비난했다.

제1야당 배제하는 의회정치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우선하는 것 같더니 준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세다. ‘군소정당들에게 안정의석을 보장해주면 앞으로 의정에서 지속적인 협조를 얻어낼 수 있다. 한국당을 외돌토리로 만들어 버리면 국회선진화법의 제약을 극복하는 게 가능하다.’ 이런 계산 때문일까? 이 기회에 보수정당을 아예 중소규모 정당으로 전락시켜버리고 여타 야당들과 범진보연대를 형성, 진보정치세력의 장기집권을 꾀하자는 것일까?

민주당이 기어이 통과시키겠다면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막을 길이 없다. 의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으로서도 이게 과연 바람직한 제도인지 고민해야 한다. 선거법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뀌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민주당은 언제까지나 군소정당들과의 연대가 불가피하다. 끝도 없이 이들의 욕심을 채워줘야 하고 불평불만을 들어줘야 하게 되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유권자들이 그 같은 의회정치 구도와 행태를 이해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의원내각제 정치체제도 아닌데 집권당이 군소정당들과 상시 연대체제를 갖춤으로써 다시 옛날처럼 의회가 1.5당 체제로 되고 마는 것을 국민이 참고 봐줄 리가 없다.

민주당이 정말로 민주적 의회정치를 지향한다면 순리에 따라야 한다. 연동제를 채택하는 명분이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는 의석 배분’한다는 것이다. 유권자의 지지율을 그렇게 중시한다면서 제1야당을 의정 과정에서 배제시킨다? 이야 말로 반민주적 행태가 아닌가. 그런 정치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다고 여기는지 한심하다.

무리를 하면 언젠가 동티난다

대통령제 정치체제와 국회의 비례대표제는 맞지 않는다. 비례대표제가 명분을 얻으려면 의원내각제라야 한다. 통치권의 의회에 속하고, 의회는 그것을 다수당을 통해 행사하는 게 의원내각제다. 정당간의 의석배분이 정당들의 득표율과 비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통령제는 권력분립제에 기초한다. 통치권은 의회가 아니라 대통령이 장악하고 행사한다.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련, 권한과 득표율의 비례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41%를 득표했을 뿐인데 100%의 통치권을 행사한다. 나머지 59%의 권리는 누가 어떻게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인가.

정당이 의회에서 행정부를 구성해 통치권을 행사하는 정치체제가 아닌데 정당이 배타적 지위를 누려야 할 이유가 없다. 왜 대통령은 승자독식이고 의회는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서 의석이 배분돼야 한다는 것인가. 정당투표제 자체가 명분을 주장하기 어렵다. 정당 소속 의원들만으로 구성되는 의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것은 정당들 간 음모적 담합의 소산이다. 대통령제의 종가인 미국에는 비례대표제 자체가 없다. 영국은 의원내각제인데도 비례대표제를 두지 않고 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 혼합형이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도 그런 제도가 없다. 대통령제를 포기하고 연동형인가 뭔가를 고집하든가, 아니면 그런 이상한 시도를 포기하든가 할 일이다. 무리를 하면 언젠가 동티가 난다. 이건 정치사의 경험칙이다.

행정학 박사/前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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