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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생존 경쟁'...해외는 '구조조정', 현대차는 '딴 세상 얘기'

2019-12-02 16: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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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9월 10일(현지시간) ‘2019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고객 경험 전략 ‘스타일 셋 프리’가 담긴 EV 콘셉트카 45를 최초 공개했다. 사진=현대자동차
[글로벌경제신문 김봉수 기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한 자동차 수요 감소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미래차 시대를 맞아 관련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국 대표 자동차 업체인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지 않을 경우 다가 올 자동차산업 구조변화에 뒤처져 기존 자동차업계는 물론 국가 경제 전체에 재앙으로 다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글로벌 메이커들, '구조조정은 선택 아닌 필수'

CNN은 최근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휘발유와 디젤을 대체하는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사업 모델을 큰 폭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아우디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9500명 혹은 인력의 10%를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전기차 기술 등 미래 산업 투자용으로 2029년까지 60억유로(약 7조7000억원)를 확보하기 위해 감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닛산 자동차도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7월 닛산은 미국 등에서 판매 부진이 심각해지고 자율운행 개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닛산은 조기 퇴직 등을 포함해 전 세계에 있는 직원 전체의 10%에 가까운 1만2500명을 오는 2022년도까지 감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2위 포드도 지난 5월 전 세계 근로자의 10%에 해당하는 7000명을 감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는 구조조정을 통해 연간 6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봤으며, 또한 110억 달러를 투자해 해외 판매를 늘리고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량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세계 판매 대수 1위를 기록한 폭스바겐도 지난 3월 비용 절감과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7000명을 감원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폭스바겐은 전체 11만9394명의 직원 중 약 6%가 감원될 것이라고 밝혔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도 전기차에 대한 투자로 최소 2년 동안 수익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2022년까지 인력 감축을 통해 10억 유로 이상을 절감하겠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 상황이 둔화되고 있는 것도 자동차 업체들이 구조정에 나서는 이유다. 피치사는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역시 자동차 산업이 중국 소비둔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될 것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세계자동차 판매시장은 2016년 이후 3년 연속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며 "선진시장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의 판매부진도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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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구조조정?'...'딴 세상 얘기'

얼마 전 현대차는 외부 자문위원회를 통해 미래 자동차 제조업계에서 최대 40%에 달하는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고, 4차 산업혁명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노사가 공멸할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자문위는 미래 자동차산업의 변화 속 조립 부문의 부가가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래 고용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선 노사가 함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제조 경쟁력을 강화하는 하이로드(High Road)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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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위기 상황이라는 공통된 인식 때문이었을까. 올해 9월 현대차 노조는 8년만에 처음으로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어렵게 임단협이 타결됐지만 현대차는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과 달리 구조조정에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없고 경직돼 있는 노동법과 국내 최대규모이면서 강성으로 꼽히는 노조 등에 가로막힌 상태로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 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다. 때문에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 감소'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차 노조에 따르면 현대차에서는 2025년까지 정년퇴직자 1만7500명이 발생한다. 대부분 베이비붐 세대 직원들로 현대차 정규직 조합원 25%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여기에 더해 현대차는 95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정도 내년까지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현대차 노사는 협의를 통해 9500명 규모로 진행 중인 사내하도급 근로자 대상 특별고용 일정을 1년 단축해 오는 2020년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현재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7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으며, 노사 합의에 따라 나머지 2000명에 대한 채용을 앞당겨 추진할 예정이다.

자연 감소하는 1만7500명 만큼 신규로 1만명을 충원해달라는 노조의 요청도 있었다.

이에 대해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3월 현대차그룹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 부회장은 당시 "정년퇴직으로 줄어드는 인원을 그대로 채용하는 것은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완성차 업체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지난해 미국 제네럴모터스(GM)가 1만4700명의 인원 감축을 단행했을 당시 수익률이 6.7%였다"며 "경영 상황이 좋은 시기임에도 미래를 대비해 그렇게 한다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차가 선뜻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윤 부회장은 "다행히 현대차는 정년 퇴직 인원이 있기 때문에 인원이 자연 감소하면서 구조조정의 아픔은 겪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구조조정을 해봤지만 당하는 사람도 힘들고 하는 사람도 힘들다"며 "앞으로 이러한 문제로 노사간에 문제가 생기면 노사가 공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노조 차기 지부장 선거, 후보 공약은?...'고용 안정'

현대차 노조는 차기 지부장 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 5만여명 규모의 노조를 대표하는 지부장들의 선거 공약 역시 구조조정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달 28일 현대차 노조의 제8대 임원 선거 결과가 나왔다. 선거에는 '실리와 중도' 성향의 후보 1명과 '강성’'성향의 후보 3명이 참여했다. 1위(35.7%)는 실리 성향인 기호 3번 이상수(54) 후보가 차지했다. 2위(31.68%)는 강성 성향의 기호 2번 문용문(55) 후보, 3위(22.8%)는 기호 1번 안현호 후보, 4위(8.43%)는 기호 4번 전규석 후보다.

이번 선거에서는 과반 이상을 득표해야 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해 지부장은 선출되지 못했다. 노조는 오는 3일 1위와 2위인 이상수, 문용문 후보가 참여하는 결선 투표를 진행한다.

1차 선거 결과 실리 성향의 후보가 1위에 오르면서 최근 강성 노선을 이어오던 현대차 노조의 방향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노사 갈등의 고리를 끊고 어려운 글로벌 자동차 시장 상황을 노사가 화합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단, 1위와 2위 후보간 특표 차가 크지 않은 데다, 다른 강성 후보를 지지했던 조합원들이 2위를 기록한 문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실리 성향의 지부장이 선출되더라도 현대차의 구조조정과 연결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 후보의 공약에는 사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급격한 임금 인상 등은 빠져있으나, 구조조정에 대한 부분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 후보는 ▲4차 산업 고용 불안 해소 ▲조합원 고용 안정 ▲합리적 노동운동으로 조합원 실리 확보 ▲장기근속 및 특별채용 조합원 차별 철폐 ▲투명경영 견인 등을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다.

2위인 문용문 후보의 핵심 공약은 ▲시니어촉탁 폐지 ▲단계적 정년 연장 ▲특채자 차별 철폐 ▲컨베이어수당 인상 ▲신인사제도 폐지 ▲기술직 반차 도입 ▲노동시간 단축 ▲4차 산업 고용전략 수립 등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예전 대규모 구조조정 트라우마 때문에 노사 협의에 의해 가급적이면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돼 있다"며 "그러다 보니 어렵더라도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은 못하고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으로 한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노사 문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강경한 부분이 있다 보니 글로벌 시장에서 신차 물량 배정이 줄어드는 등의 문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계속 노사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황인데, 리스크를 감수하기가 어려질 경우 경제적인 문제에서 보면 노사가 함께 국가 전체가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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