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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의 그게 말이지요] 김정은, '벼랑 끝 전술'로 회귀하나

2019-12-05 08: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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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前 국민일보 주필
김정은이 “굶어죽어도 남조선에 구걸하지 말라”고 노동당 고위간부들에게 말했다. 3일 외교소식통이 전한 내용이라는 언론 보도다. 그러니까 북한의 경제사정이 아주 어렵기는 한 모양이다. 어려워서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긴 한데 ‘남조선’엔 기대할 게 없다. 그러니 죽어도 그쪽을 향해서는 구걸하지 말라고 한 것이겠다.

작년 6월에 싱가포르에서 북한 정권 수립 후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과 미‧북정상회담을 가진 후 김정은의 기세는 더욱 뻗쳐올랐다. 그러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미‧북정상회의가 결렬된 이후 신경질적 행태를 대놓고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게 폭군들의 전형적인 정신상태다. 뜻대로 안 되면 화부터 낸다. 그러면 해결되니까.

트럼프 “군사력 사용할 수도”

문제는 김정은의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그게 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신경질이 도질 수밖에 없다. 미사일‧방사포 따위를 마구 쏴대며 무력시위를 한 게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주변 상황이 유리하게 바뀔 조짐을 보이지 않자 북측은 위협의 수위를 더 높였다. ‘9‧19 남북군사합의’를 무시하고 서해의 금지구역에서 포사격을 해댄 것이다. 북측이 스스로 그렇게 밝혔다. 28일에는 초대형 방사포 자랑을 했고….

김정은을 ‘내 친구’라며 살갑게 챙기곤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같은 김정은의 불장난에 제동을 걸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런던을 방문 중인 그는 3일(현지시간) 자신과 김정은의 관계가 아주 좋다고 자랑하면서도 이런 말을 덧붙였다. “그런 개인적인 좋은 관계가 북한이 핵 합의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는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기를 바라지만 필요하다면 사용할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게 말하자면 ‘트럼프식의 관계’라고 하겠다. 친한 건 친한 거고, 계산은 계산이라는 것이다. 북한에 대해서만이 아니다. 우리에 대해서도 동맹은 동맹이고 계산은 계산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하고 있지 않은가.

그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연신 북한 측으로부터 비난‧위협‧압박‧조롱을 받으면서도 구애로 일관한다. 김정은이 무슨 짓을 하든 그가 싫어할 말은 않는다. 비아냥거림을 들으면서도 ‘신한반도체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평화경제’ 같은 달짝지근한 말을 찾아내기에 열심이다. 그러다 지청구 듣기 일쑤이지만 지치는 법이 없다.

정부 더 조롱당하지는 말아야

북한 김정은 집단은 거대한 폭력조직이다. 위협에 굴복하는 상대를 존중해 줄 리가 없다. 겁내는 상대에겐 더 험악하게 대하는 게 이런 조직의 속성이다. 폭력은 더 큰 폭력에만 굴복한다. 문재인 정부는 북측이 짜증난다는데도 추파를 계속 던진다. 국민에겐 이런 상태가 곧 ‘평화’인 듯이 선전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 지난달 23일 금강산 관광시설 현지지도에서 김정은이 한 말이다. 무력시위도 계속하고 있다. 그렇게 분위기를 잡으면서 그는 당‧군‧정 간부들과 백마를 타고 백두산 혁명전적지라는 곳들을 둘러봤다. 산정에 올라 천지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었다. 미국과 우리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드러냈다는데 그가 말해 온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는 선언일까?

북한은 그간 미‧북협상과 관련, ‘연말 시한’을 제시했다.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변화가 없을 경우 김정은이 중대한 결단을 하게 될 것이라는 위협이었다. 그리고 김정은이 백두산에 올랐다고 발표한 4일 북한 노동당은 이달 말 중앙위원회 제7기 5차 전원회의 소집 방침을 밝혔다. 뭔가 작심한 게 있는 듯하다. 옛날에 김정일이 즐겨 구사했던 ‘벼랑 끝 전술’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선택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이 가졌다. 그러니 북한의 위협이 먹혀들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처지가 다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문 대통령과 그의 대북정책 참모들, 제발 더는 김정은에게 뺨맞고 조롱당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지 말아야 할 텐데….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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