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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칼럼]세계초우량기업들은 왜 무노조 선택하나

2019-12-09 16: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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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초우량기업들의 상당수가 무노조경영을 유지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월마트 마이크로소프트 IBM 버크셔 헤서웨이 모토롤라 휴렛팩커드 등은 무노조경영을 통해 최고의 실적과 최고의 대우를 실천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포천(Fortune)’이 매년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톱10’에 여러차례 오르는 초우량기업이다.

이익이 나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든 달려가는 세계 초우량기업들은 무노조경영을 통해 노동권력의 걸림돌을 제거함으로써 남보다 한발 앞서가는 경영을 구현해 가고 있다. 이들은 노조가 없으면 비용이 절감되고 노조가 생기면 무의미한 비용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끈질긴 승부근성과 성과주의, 엘리트주의 등 승리문화는 노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다.

노조는 집단행동을 통해 임금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성과급을 통한 총급여를 높이는 것은 회사의 파이가 커져야 가능하다. 결국 회사의 성과를 높여 총 보수를 높이는 것은 CEO의 몫이다. 미국 초일류기업 노동자들이 노조를 그다지 원치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노동권력 걸림돌 제거해 경쟁력 확보

한국에서도 무노조경영을 통해 세계초우량기업 대열에 낀 기업이 있다.바로 삼성그룹이다. 하지만 ‘노동존중사회’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삼성은 무노조경영을 포기했다. 버티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내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는 노조를 용납할 수 없다”며 무노조경영을 실천했다. 이에 대해 단병호 전 민노당 국회의원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삼성의 무노조정책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각오로 삼성의 노동정책을 주시하겠다”며 맞 받아쳤다. 삼성에 반드시 노조를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노동단체들은 틈만 나면 ‘부자기업’ 삼성이 헌법에 명시된 노동기본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을 들먹이며 삼성의 무노조경영을 공격해 왔다. 민주노총의 끝없는 노조설립 시도에 삼성전자에도 2019년 드디어 노조의 깃발이 꽂혔다. 민주노총 소속은 아니다. 한국노총을 상급단체로 하는 노조가 설립되면서 삼성의 무노조 신화는 깨졌다.

삼성은 그동안 왜 무노조경영을 선택했나. 세계초우량기업들과 마찬가지로 노조의 존재가 경영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투쟁 노선을 걷는 민주노총 노조가 들어서면 경영진들은 바짝 긴장한다. 혹시나 막무가내식 투쟁으로 회사를 거덜내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노조가 만들어지는 순간 회사를 처분하겠다는 중소기업CEO들도 많다. 가뜩이나 회사가 어려운데 노조까지 생기면 경영난이 악화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노조가 불법파업을 정당화하려는 문화가 만연해 있다. 특히 ‘민주화운동’ 같은 이름이 붙으면 불법을 저질러도 괜찮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여기에 완장문화도 노사갈등을 부추긴다. 평상시에는 일을 잘하던 노동자가 노조간부로 신분이 상승(?)되는 순간, 목에 힘이 들어가고 회사의 명령체계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CEO들은 ‘눈에 흙이 들어와도’ 노조설립을 막으려고 한다.

노조 생긴 삼성, '규제장벽' 어떻게 극복할까

기업 CEO들의 이념은 자유주의이다. 자유로운 재산권 행사와 자율적인 기업 경영활동, 그리고 정부 개입 최소화를 통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려 한다. 하지만 노조가 결성되는 순간 노동자의 집단적 힘을 통한 경영개입이 시작된다. 과다한 임금인상, 인사‧경영권 등 개입의 범주는 넓다. 이들의 이념은 평등주의를 구현하고자 하는 사회민주주의여서 경영층의 자유주의와 자주 충돌한다. 많은 CEO들이 무노조 경영을 원하는 배경이다.

삼성은 이러한 우려때문에 화합과 상생을 기반으로 하는 ‘인간존중’의 경영을 실천해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강조하는 ‘노동존중’ (혹은 ‘노조존중’)의 경영이 필요치 않도록 국내 최고의 대우를 해 주었다. 고충처리나 노무관리도 노조가 있는 국내 다른 어떤 기업 보다도 훌륭하게 처리해왔다.

삼성이 매년 대학졸업생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하는 기업으로 선정돼 온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삼성은 정부로부터 노조파괴범으로 몰려 왔다. ‘일하기 좋은 일터’ 보다 ‘노조하기 좋은 일터’를 더 높은 가치로 삼는 문재인 정부에게 무노조경영은 눈엣 가시였을 것이다.

검찰은 2019년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와해 의혹’을 그룹 미래전략실이 주도한 조직범죄로 보고 관련자 32명을 기소했다. 당시 노무담당 전무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법인도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압수수색 9차례, 구속영장 신청, 기각, 재신청 등 무려 16회라는 기록을 세웠다.

노조 친화적인 정부인 탓인지 삼성에 대해 ‘무노조경영=유죄’라는 단죄 방침을 정해 놓고 유례없는 법률적 공격을 쏟아부었다. 반노조캠페인까지 허용되는 미국의 초우량기업들과 경쟁을 벌이는 삼성의 경영이 노조로 인해 어려워진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물론 그 책임은 오롯히 삼성이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법적 잣대를 들이댔다면 문재인 정권도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무노조경영 신화가 깨진 삼성전자가 새로운 ‘규제 장벽’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경제학박사/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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