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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2020-03-31 09: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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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문 대통령이 지난주 25일 마스크를 매주 1인당 서너 장씩, 지금보다 한두 장 더 늘려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식약처에서는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됐다고 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목표치고 노력하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숫자가 있으니까 언론이 일부러 딴죽을 거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런 일이 너무 잦다. 그래서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이 핵심 참모들과 지금 겉돌고 있지는 않은가 걱정이 된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경영의 신'으로 불렸다. 자서전을 통해서나 직접 참가한 회의장에서의 발언을 통해서나 그는 경영을 소통, 혹은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명쾌하게 설명해 줬다.

그는 신년사를 예로 들었다. 회장인 자신은 신년사를 한 해 동안의 총괄적인 전략이라고 봤다. 그래서 고치고 다듬어 몇 번이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 연초에 발표하는데, 임직원들은 회장의 신년사를 듣고 뒤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는 데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신년사를 매달 업데이트해 반복해서 들려줬다고 했다.

3월쯤 되니까 회장이 왜 저러나 했던 구성원들이 8월경, 가을이 올 즈음에 올해 안에 뭘 해야 되는지를 명확히 알고 전력을 기울이더라고 했다. 회장이 하고 싶어 하는 일, 만들고 싶은 회사를 그는 리더와 구성원 간 소통의 일치를 통해 구현했다. 서울에서 열린 어느 국제회의에서 G.E의 성장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는 회사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고, G.E의 모든 구성원들은 회장이 가는 길을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나된 소통, 하나된 마음을 그는 성장의 비결로 꼽은 것이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마스크 문제와 관련해 여러 번 실언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당연히 실무부처와 엇박자가 났고 국민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애초에는 마스크 물량이 충분하다고 했다. 이후에 열린 여·야 영수회담에서는 하루, 이틀 새 마스크 수급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고도 마스크를 사기는 힘들었다. 마스크를 사려는 줄이 길어질수록 국민들의 불안도 증폭되었다. 그러자 정부의 말이 바뀌었다. 보건용 마스크를 쓰라던 정부가 “안 써도 된다”, “면 마스크도 괜찮다”고 했다. 급기야는 “국민 모두가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자”(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고도 했다.

중국에 보내고도 남을 정도로 풍부한 마스크가 국민들의 배려심 부족으로 모자랄 지경이 됐다고 뒤집어 얘기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억지 논리이기는 하다. 어쨌든 리더의 메시지가 자주 번복되고 실행이 되지 못함으로써 정부 정책의 신뢰가 금이 간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 피해의 상당 부분은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처를 줬다.

대통령의 발언은 사전에 상당한 준비를 거쳐 나올 것으로 추측이 된다. 일반 회사의 경우도 외부에 노출되는 탑(TOP), 소위 회장의 발언은 여러 단계를 거쳐 ‘말씀 요지’의 형태로 만들어진다. 하물며 대통령의 외부 발언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대체로 초기 단계의 말씀 요지를 준비하는 실무자들은 매우 조심스럽다. 책임지지 않을 정도까지만 준비한다.

그런데 정무적 판단으로는 이 정도는 숫자 정도만 참고될 뿐 인용되기로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기구 신설, 인사 명령, 예산 투입 등 쾌도난마식의 해법을 제시한다. 최종적으로 이게 실현이 가능하고, 여론에 얼마나 먹힐 지를 예측하고 위에 올린다. 물론 이것은 초안일 뿐이고 그대로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탑의 생각에 달려있다.

만약에 말씀 요지대로만 대통령이 발언했다면 이번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실무진의 준비는 잘못돼도 크게 잘못됐다. 대기업 회장들을 만난 자리에서는 사태가 곧 종식된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이 발언이 있고 코로나는 크게 확산됐다. 얼마 안 가서 세계의 모범사례라고 스스로를 치켜세웠다. 성급하다 못해 경솔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중국을 공동운명체라고 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마스크 구입하려 추운 날 길게 줄 서 있는 국민들의 뇌리에는 어떤 메시지로 각인되겠는가. 대통령은 희망을 얘기했겠지만 국민들에게는 고문이었다. 그래서 참모들의 확증 편향에, 국민을 향한 희망고문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참모들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짐작케 해주는 하나의 사례가 있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52시간제 때문에 회식하기가 어려워졌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다음날 부총리가 52시간제에서 회식은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건의가 신속하게 수용된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해보자.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만남에서 유일한 의제가 회식을 하느냐 마느냐 였겠는가.

이 부회장은 회식을 예로 들어 52시간제, 더 나아가 경제 정책의 전반에 관한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참모들은 그 행간의 의미를 당연히 읽었어야 했다. 이것이 커뮤니케이션이다. 숨은 행간을 찾아 그 배후의 얘기까지 마음을 열고 읽어내야 완성된 소통, 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후 첫 사망자가 나온 날, 청와대에서 배포된 짜파구리 오찬과 대통령 부부의 파안대소하는 사진은 대통령 참모들의 상황인식이 얼마나 안이하며 소통의 수준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지를 나타내는 또 다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돌발적인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지난 3월 27일 서해 수호의 날 추모식에서 문 대통령의 참모들은 참으로 난감한 순간을 맞았다. 대통령이 분향하려는 순간 백발의 할머니가 대통령에게 다가갔다. 천안함 순국 장병인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77세)였다. 할머니는 대통령에게 천안함 폭침이 누구의 소행이냐고 직접 물었다.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나는 큰일이 났다고 직감했다. 의전은 어떡하고 경호는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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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월27일 열린 '서해 수호의 날' 추모식에서 분향 도중 갑자기 나타난 유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의외로 침착했다. “북한 소행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히고 분향을 마쳤다. 대통령에게 질문을 한 윤청자 할머니도 “마음이 조금은 풀린 것 같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 이 순간은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가장 극적이면서도 완성된 소통의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비결은 발언 요지, 즉 참모들의 준비에 의존하지 않고 마음으로, 직접 당사자하고 소통한 덕분이었다. 그러나 참모들의 도움으로 완성됐을 공식 추도사에는 “북한”이란 단어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중계방송을 줄곧 지켜봤던 나는 대통령의 진심과 참모들의 진심, 그 사이에 존재하는 온도의 차이를 느꼈다.

이제 곧 선거를 치르고 대통령은 집권 후반부를 시작한다. 힘이 빠질 수밖에 없는 구도다. 그 공백을 메우는 힘은 진심이다. 대통령이 참모의 도움을 받더라도 진심을 가지고 국민을 대할 때 직접 국민의 뜻을 헤아려 국정을 펼쳐 나갈 때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대통령의 문화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글로벌경제신문 경영자문위원/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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