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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의 그게 말이지요] 무릎 꿇고 울어서 해결될 단계는 이미 지났다

2020-05-21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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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곤 전(前) 국민일보 주필
조국 전 법무장관이나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의 행태, 이에 대한 정부‧여당 측의 반응 혹은 대응이 자꾸 닮아보인다. 끝까지 자신들의 결백을 우겨대면서 상황을 만들거나 증거라는 것을 들이댄다.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들을 일방적으로 편든다.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

국회의원 당선자인 윤 전 이사장이 19일 밤에 대구에 내려가서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다고 한다. 무릎을 꿇고 사과도 한 모양이다. 이 기류가 곧 바로 더불어민주당에 전해진 듯 윤 씨에 대한 당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쑥 들어간 대신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민주당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윤 씨는 이날까지 네 번이나 이 할머니를 만나러 대구에 내려갔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릎 꿇고 눈물을 흘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마음이 많이 급했던 것 같다. 이 할머니는 오는 25일에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니 그날 내려오라고 제안했다는데 이로써 큰 족쇄는 벗었다고 여겼을까?

민주당으로서는 양정숙 국회의원 당선자에 이어 윤 당선자까지 부적격자 판정이 내려질 경우 안게 될 부담 때문에 고심했을 것이다.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 뭐라고 변명할 수가 있겠는가.

정작 더 큰 짐은 따로 있다. 일본과 사이에 외교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적으로도 심각한 갈등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구해온 문재인 정부다. 박근혜 정부 때의 양국 정부 간 합의를 사실상 파기할 정도로 그 입장은 단호하고 또 일관적이었다. 그런데 정작 피해자 할머니들은 뒷전으로 밀쳐져 있었다고 한다면, 단지 일본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온 세상에 어떻게 얼굴을 들 수 있겠는가.

민주당 지도부는 일단 급한 불은 껐다고 여기는 것 같다(청와대도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설령 윤 씨가 이 할머니를 잘 설득해서 둘 사이에는 화해가 이뤄진다고 해도 제기된 의혹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제까지 제기된 많은 의혹들에 대해서는 윤 씨 자신과 그의 정의연‧정대협 동료들이 명명백백히 해소시켜 줘야 한다.

아무에게나 ‘친일‧극우‧적폐’ 딱지

10분 동안 만나서 얼마나 서로의 생각이 정리되었을 지는 의문이다. 이미 앙금이 풀렸다면 25일 기자회견까지 갈 것도 없었을 텐데 이 할머니의 그런 입장 표명은 없었다. 따라서 민주당도 19일 밤의 회동에 기대어 뒷짐질 생각을 하기 보다는 이럴 때일수록 ‘정의연‧정대협의 진실’을 밝혀내 국민들에게 알려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옳다.

민주당의 인식과 의식을 괜히 의심하는 게 아니다. 그간에 나온 민주당 사람들의 언급 가운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남인순 당 최고위원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윤 당선인을 비롯해 정의기억연대의 도덕성에 흠집을 낼 때 누가 웃고 있겠나. 일본군 성노예 역사와 진실을 왜곡하고 부정해온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 친일세력, 적폐세력이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에 번번이 걸림돌이 됐던 가장 큰 방해세력들은 물 만난 고기처럼 이 문제를 폄훼하고 심지어 피해자와 활동가를 분열시키고,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13일 최고위원회의).

윤 씨나 정의연이 무슨 일을 어떻게 벌였든 그걸 왜 문제 삼느냐는 거다. 이 할머니를 비롯, 그간 정의연‧정대협과 윤 씨의 활동이라는 것에 대해 오래전부터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거나 의혹을 제기하고 법에 호소하기까지 했던 여러 피해자 할머니들이 ‘친일‧극우‧적폐세력’의 기쁨조 노릇을 해왔다는 것인가.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은 모조리 친일‧극우‧적폐세력이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남 의원은 물론이고 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여당의 높은 분들, 상황이 이에 이른데 대해 우선은 피해 할머니들께, 그리고 국민 모두에게 사과부터 하는 게 도리 아닐까. 정권 측 또한 피해자 할머니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정치적 선전에만 이용해 온 것으로 보여서 하는 말이다. 다급해진 윤 씨가 이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고 해서, 시쳇말로 퉁 치려는 생각은 제발이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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