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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삼성과 사회공헌 [권오용의 행복한 경영 이야기]

2020-07-13 15: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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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위기가 기회를 만들었다. 코로나 19를 뚫고 달성한 삼성전자의 올 2분기 실적이다. 시장의 기대를 훨씬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수준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반도체를 위기 대응의 선봉에 내세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기가 만든 또 다른 기회도 있다. 삼성전자의 액면분할이다. 2018년 5월 삼성전자 주식이 50대 1로 액면분할 됐다. 법원 판결을 앞둔 위기관리용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19사태로 주가가 폭락하자 개인의 주문이 꼬리를 물었다. 250만원 짜리 황제주가 5만원 짜리 국민주가 된 덕분이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소액주주의 숫자가 5배가 됐다. 이들은 지리한 사법논쟁보다는 분기별로 발표되는 실적에 더 관심이 많았다. 호실적은 국민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이재용 부회장을 신뢰하는 발판이 됐다.

경영실적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상생과 나눔에 있어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돋보였다. 마스크 생산업체의 금형을 개선해 수급에 숨통을 틔어 준 것이나 마스크 필터 MB의 긴급확보와 관련한 삼성의 기민한 대응은 역시 삼성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 진단키트 제조사에 대한 스마트 공장 구축도 정부 관계자로부터 대·중소기업 상생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호평을 받았다. 거기에 구호성금 기부, 생활치료센터 제공 등에 있어서도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이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여기까지다. 잘 한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데도 이재용 부회장은 사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자식에게 경영권을 넘기지 않을 것이며 삼성의 오랜 기업문화인 무노조 경영을 철회했다. 그리고 구속영장 심사를 위해 구치소에 대기하기도 했다. 지난 한 달은 이재용 부회장의 최근 일정에서 가장 바빴던 시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GM에 좋은 것은 미국에 좋다는 미국 발전시대의 논리를 적어도 경제에 관한 한 삼성과 한국에 적용하면 딱 맞아 떨어진다. 지금 삼성 없는 한국 경제를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삼성과 한국의 관계를 사회에 대입하여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국민들이 많다. 삼성은 억울하고 화가 날 것이다. 경제와 사회의 이 간격을 메우는 것이 삼성의 사회공헌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 간격을 좁힐 수 있다면 삼성은 존경받는 초 일류기업으로서 한국경제 뿐 아니라 사회의 발전도 견인 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순수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차원에서 삼성의 사회공헌이 두 가지 측면에서 보완되기를 바란다. 첫째는 자발성이다. 삼성의 사회공헌의 역사는 길다. 1965년 10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자신의 재산 180억 원을 셋으로 나눠 이 중 3분의 1을 기부해 삼성문화재단을 만들었다. 나머지 3분의 2는 직원들과 가족들에게 줬다. 이듬해 사카린 밀수사건이 터졌으나 이병철은 구속은 면했다. 그리고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2년 후인 1968년 다시 회장에 올랐다.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8000억원을 헌납해 삼성고른기회 장학재단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규모면에서 삼성만이 할 수 있는 통 큰 결단이었다. 그러나 시점이 문제였다. X파일 사건과 삼성특검의 조사 직후였다. 어쨌든 이건희 회장은 구속을 면했고 대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해 사면, 복권이 되고 회장직에 복귀했다.

삼성의 사회공헌사에 변곡점이라고 할 두 가지의 사건에서 똑같이 사회공헌이 등장하고 총수에 대한 사법처리가 뒤따른다. 회장직 사임, 복귀의 과정도 반복된다. 이쯤 되면 기업의 사회적책임인지 총수의 사법적 책임과 관련된 카드인지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 자발성이 의심받게 된다.

자발성의 측면과 동전의 양면같지만 보완되어야 할 두 번째 과제는 진정성이다. 삼성의 사회공헌은 다각도에서 오랫동안 많은 자원을 들여 지속됐다. 자원봉사 등 사회를 변화시킬만한 테마도 발굴해 키워냈다. 그런데 많은 CSR사업이 삼성의 사업과 연결되어 있다. 사회와의 접점은 엷어지고 사업과의 연결은 두터워졌다. 미르K재단에 대한 수백억 원의 기부가 대표적이다.

삼성으로서는 억울할 것이고 자원봉사를 한 수많은 삼성의 임직원들은 분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와의 연계인 기부와 봉사가 권력과의 거래와 청탁이라는 프레임에 걸려버리면 나머지는 아무리 많아도 그 진정성이 의심받게 된다. 라면국물 한 국자가 욕조 한통을 모두 오염시키는 것과 같다. 위안부 보듬이 사업이 개인의 치부와 영달로 초라하게 귀결된데는 결국 사업책임자의 진정성의 결여, 그 이외에는 아무런 원인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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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6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C랩 갤러리'를 찾아 사내 스타트업들의 제품과 기술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지난 5월 6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했다. 기술과 제품 못지 않게 삼성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사랑을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삼성의 사회공헌사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려면 자발성과 진정성의 측면에서 기존의 사회공헌 사업을 보완하고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감이 필수적이다. 총수의 필요가 아니라 사회의 필요에 의해, 거래와 청탁이 아니라 헌신과 봉사에 의해 사회공헌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발표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 가지 대안으로 사회공헌 플랫폼의 구축을 제안한다. 공익 플랫폼의 부재로 인해 우리 사회는 너무나 많은 갈등을 겪고 사회적 비용을 치러왔다. 1차적 책임이 있는 정부의 소극적 행정으로 공익사회에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 있다. 공익법인은 진영의 논리로 몸짓 키우기에 여념이 없다. 기업은 사회공헌을 미끼로 권력과 거래하고 청탁해 왔다. 기부자는 항의하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공동체가 분열을 겪고 갈등에 표류하게 된다. 사이비공익이 활개를 치고 진정한 봉사가 힘을 잃는다.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가 난무하고 정권까지 교체되는 혼란을 겪었다.

이 공식을 타파하자는 것이 공익 플랫폼이다. 공동체의 발전을 위한 가치와 철학을 정립하고 국민들이 어떻게, 어디에 기여하고 헌신할 수 있는지 찾아볼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삼성의 힘으로 만들었지만 국민들의 힘으로 굴러가게 된다. 그래도 삼성의 진정성과 자발성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단기간에 완성된 모델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발전되며 완전한 형태로 나아가게 된다.

30년 전 이건희 회장은 질(質)경영을 선언하며 삼성의 기술과 제품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것으로 만들고 우리의 국격을 한 단계 더 올려놓았다. 삼성이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가 삼성을 살리고 나라를 살렸다. 지금 이재용 부회장의 선언이 다짐대로 실현된다면 삼성에 좋으면 한국에 좋다는 그 명제가 경제와 사회 모든 면에서 딱 맞아 떨어질 것이다. 자발성과 진정성의 두 측면에서 보강된 이재용 부회장의 사회공헌이 삼성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고 공동체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글로벌경제신문 경영자문위원/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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